기술은 좋은데 왜 사업이 안 될까: 현장에서 본 다섯 가지 이유

현장에서 기술 기반 초기 기업과 연구자들을 만나면 종종 같은 문장을 듣습니다. “기술은 정말 뛰어난데, 사업이 잘 안 됩니다.” 기술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기술을 시장 구조 속으로 옮겨 놓는 과정이 비어 있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이 공백은 의외로 단순하면서도 치명적입니다. 실제로 반복되는 다섯 가지 지점을 정리해 봅니다.

첫째, 기술이 고객의 문제와 바로 연결되지 않는 경우입니다. 연구 단계에서 기술은 성능과 실험 결과로 평가되지만, 시장에서는 고객의 행동 변화가 기준이 됩니다. 고객이 겪는 불편과 기술이 만나지 않으면, 기술의 존재 이유가 현실에서 희미해집니다. 기술이 아니라 고객의 일상이 얼마나 달라지는지,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둘째, 기술은 충분한데 권리 구조가 비어 있는 경우입니다. 기술 기반 사업은 결국 진입장벽에서 승부가 납니다. 특허·상표·디자인 같은 권리 체계가 비어 있으면 경쟁사는 빠르게 따라오고, 투자자는 “독점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합니다. 기술의 우수성과 사업의 경쟁력은 같은 문제가 아닙니다. 권리 구조가 약하면 기술 자체도 시장에서 약해지는 것이 현실입니다.

셋째, 기술 → 제품 → 고객 → 매출의 경로가 설계되지 않은 경우입니다. 많은 팀이 기술 설명에서 멈추고, 고객에게 도달하는 경로를 구조화하지 못합니다. 기술과 시장 전략은 서로 다른 언어로 움직입니다. 두 영역을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설계 작업이 빠져 있으면, 아무리 좋은 기술이라도 사업은 느리게 갑니다. 이 ‘연결 공백’이 기술사업화에서 가장 흔한 장애물입니다.

넷째, 정책·제도 라인을 충분히 활용하지 않는 경우입니다. 기술 기반 초기 기업에게 정책 시장은 선택이 아니라 기반 공사에 가깝습니다. 기술사업화 프로그램, 지원사업, 시제품 제작, IP-R&D 등은 초기 기업이 빠르게 구조를 잡기 위한 핵심 자원입니다. 기술로만 승부를 보려는 접근은 현장에서 자주 실패로 이어집니다. 정책 라인은 기술기업에게 가속 장치에 더 가깝습니다.

다섯째, 팀 구성의 균형이 무너져 있는 경우입니다. 연구·개발 중심의 팀은 기술은 잘 만들지만 사업 전체 흐름을 견인하기는 어렵습니다. 기술 기반 사업은 기술, IP, 시장 전략, 정책 구조가 네 축으로 맞물릴 때 비로소 속도를 냅니다. 이 중 하나라도 비면, 좋은 기술도 자연스럽게 제 속도를 내지 못합니다.

결국 좋은 기술이 사업으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는 기술의 부족이 아니라, 기술을 시장 구조 안에 다시 배치하는 과정이 비어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 과정을 ‘기술 번역’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술이 시장에서 제자리를 찾는 순간, 사업은 훨씬 자연스럽게 움직입니다.